울산시 북구 강동동에 사는 초등생 윤모(12)군은 수업을 마치면 곧장 집에 간다. 수업 뒤 태권도를 배우고 싶지만 집 근처에 태권도장이 없어 엄두를 못 낸다.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학원에서 수학·영어 공부를 하고 싶지만 집에서 다닐 수 있는 학원이 없어 혼자 공부하고 있다. 부모님이 횟집을 운영하는 탓에 홀로 집에 있는 시간도 많다. 울산시 북구 해안가와 울주군 농어촌 지역에는 윤군처럼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이 많다.
이들 교육 소외지역 학생을 돕기 위한 ‘특별한’ 프로젝트가 울산에서 추진된다. 울산대 교육문화재단이 준비 중인 ‘Teach For Ulsan(티치 포 울산)’이 그것이다. 1990년 미국에서 시작된 ‘티치 포 아메리카’를 본뜬 프로그램이다.
티치 포 아메리카는 프린스턴대 졸업생 ‘웬디 코프’가 사회적 기업으로 창업했다. 대학 졸업생이 교육 소외지역을 찾아가 학생을 가르치면 일정 수당을 주고 기업 취업 시 사회 경력 활동, 가산점 등을 인정해주는 혜택을 준다.
문제는 졸업생들의 참여 여부. 하지만 티치 포 아메리카는 미국 내 대기업과 협약을 맺으면서 이를 해결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딜로이트 등 미국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기업이 동참했기에 가능했다. 기업들이 채용 내정된 졸업생에게 티치 포 아메리카에서 2년간 근무하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티치 포 아메리카는 지금 미국 46개 지역에서 300여 개 학교를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다. 미국 최고의 교육봉사단체로 인정받고 있다.
울산에서는 울산대 교육문화재단 이상도(52·중어중국학과) 교수가 주도하고 있다. 이 교수는 13일 울산 지역 초등학교 교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 사업의 필요성을 알리며 협조를 구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울산시와 울산시교육청에도 이 사업의 중요성을 알릴 예정이다.
이 교수는 “도시와 교육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농산어촌에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학원에 가기 힘든 학생이 많다”며 “이들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대학 졸업생에게는 취업 전 경력을 쌓고 취업을 돕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울산대·UNIST(울산과학기술대)·울산과학대·춘해보건대 등 지역 대학과 연계해 ‘인재 풀’을 구성하면 양질의 강사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산어촌 교육격차 해소와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에 참여할 강사진은 별도의 연수과정을 거쳐 전문성을 높인다는 구상도 세웠다. 강사로 참여한 졸업생에게는 시간당 2만원 이상 수당을 지급해 일정 소득도 보장하기로 했다.
티치 포 울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동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처럼 교육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졸업생에게 취업 때 사회활동 경력을 인정해주거나 취업 확정 뒤 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기업이 많아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울산 지역 기업에 이를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확답을 준 기업은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공익활동에 참여한 졸업생을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 이 사업을 통해 교육 사각지대 해소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상은 기자